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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를 찾아서 7 그렇게 생각하게 되고야 말았다. 이모가 빚어 준 만두는 정말이지 우주 최고로 맛이 있었다. 깻잎 향이 났고.. 통통하고 윤기가 흐르는 손만두였다. 식당을 오래 했던 외할머니의 요리 솜씨는 이모가 몰빵으로 물려받았단 걸 알게 됐다. 맛있어서 하하 웃으며 만두를 다 먹고 나서 그 락앤락 통을 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가끔 이모 카톡 프로필이 변경되었다는 빨간 동그라미를 발견하면 즉시 눌러 보곤 한다. 이모 딸 유선 언니는 해외로 이민을 간 지 오래인데, 지지난해 아기를 낳았다. 임신 소식도 몰랐고 신생아 사진으로 프사가 바뀌어서 알게 된 거다. 이모는 손자에게 푹 빠진 듯 보였다. 내 아기들은 이모에게 애틋함을 주거나 닳도록 들여다보는 사진 속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이모의 진짜 손자는 그러한 듯 보였다. 나.. 2023. 7. 4.
이모를 찾아서 6 만나지 않는 동안 연락은 나눴다. 내 카톡은 차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안심이었다. 이모는 페북으로 내 사진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모유수유 중에 맥주는 안돼~ 나는 분유로 바꿨다고 답댓글을 달았다. 어느 날 엄마 차를 같이 타고 가다가 문득 이모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살어, 하고 엄마가 힘없이 말하길래 좀 미안해져서 고백을 했다. 실은 이모랑 가끔 카톡을 해. 그것은 이모가 혹시 죽었는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로 접근하려던 시도였으나.. 쓸데없는 내 진실 고백에 기분이 울렁인 엄마는 그날 밤 대답 없는 이모 카톡에 대고 언니가 시현이랑은 연락한다는 것 들었다. 로 시작하는 원망을 쏟아냈다고 한다. 난 제발이 저려 한동안 이모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난 이모 편인데..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 2023. 7. 2.
이모를 찾아서 5 엄마에게 전해 듣기로 이모는 할머니가 모아 두신 예금을 가지고 잠수를 탔다고 한다. 내 이른 혼전임신 결혼에 사라진 이모까지 겹쳐 외가 분위기는 초상집 같았다. 나는 미적지근한 기분으로 이모 일을 곱씹었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런 데는 이유가 있을 거였다. 이모가 가족에게서 탈출한 거라고 짐작했다. 외가 분위기는 사회적으로 나무랄 데 없이 평범했지만.. 평범은 으스스하다. 위화감을 속으로 꿀꺽꿀꺽 삼켜 버리게 된다는 점에서. 이모는 외가에서 가장 약자였다. 장남과 막내딸 사이에 낀 둘째딸. 제일 돈 없음. 이혼함. 가족들은 이모가 어려울 때 나서서 도왔으나 그것은.. 뭐라고 해야 하나. '마 씨발 우리가 남이가! 가족끼리 당연한거 아이가 이거는!' 같은 지지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말이다. .. 2023. 6. 22.
이모를 찾아서 4 이모는 먹고 싶은 것을 시키라고 말했다. 비싼 거 시켜도 된다며 짚어 주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때 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뭘 먹는지도 모르는 채 수다를 떨고 리액션하기에 바빴을 것이다. 이모가 진짜 마음과 시간과 돈을 쓸 준비를 나온 거다.. 하고 알아졌기 때문이었다. 내 이모는 어린 애들이 김밥천국 같은 데나 갈 것이지 하고 말하는 어른이 아니었다. 우리 시현이가 친구들 데리고 온다는데, 하고 쉬는 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화장도 하고 버스를 타고 맛있는 걸 사주러 달려온 것이었다. 아무튼 계속 떠든 기억뿐이다. 니 말 존나 많이 하더라, 하고 이모가 떠난 뒤 친구들이 말했다. 이모가 밥 사주러 나왔으니까 고마워서 그랬지.. 하니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저 재밌게 놀.. 2023.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