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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군땅집 2

by merlin시현 2023. 4. 15.


매매로 내놓은 지 꽤 됐는데 팔리지 않아 잠시 월세나 전세를 주려 고민 중이라는..
땅집이란다.

땅집 살이.
그것은 단순 취향이었으나 양말 색깔을 고르는 것과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아무래도 집은 크기도 크고 가격도 높아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사를 앞두었을 때마다 꼬박꼬박 땅집도 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불가항력에 근거를 붙이기는 어려웠으므로 짤 당했다. 몰라서 그래, 너는 못 해, 후회해, 하는 말들이 겹겹이 정수리에 놓였다.
번번이 나는 땅집을 접었다.
.. 하지 않는다고 해서 별일 생기지 않는 무엇들을 하지 않으면서 살면 인생 진짜 개노잼 된다는 걸 깨달은 건 좀 더 시간이 지나고서였다.

다행히 개노잼 신세를 면하게 되었다.
비즈가 연결해 준 집을 보러 간 날이었다. 수리할 필요 없이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땅집이었다. 튼튼해 보이는 복층 나무 집..
바람이 불어왔다.
내가 발 딛고 선 곳에서 행복을 찾네 성숙한 판단이네 하는 생각들이 민들레 홀씨 날아가듯 훅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구나.
시들하게 말라 구부정했던 줄기 속 물관이 삽시간에 물을 흠뻑 빨아들이고 있었다. 꿀꺽, 꿀꺽, 꿀꺽.

와 씨발 미쳤다.. 개맘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