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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이야기

이모를 찾아서 5

by merlin시현 2023. 6. 22.



엄마에게 전해 듣기로 이모는 할머니가 모아 두신 예금을 가지고 잠수를 탔다고 한다. 내 이른 혼전임신 결혼에 사라진 이모까지 겹쳐 외가 분위기는 초상집 같았다.
나는 미적지근한 기분으로 이모 일을 곱씹었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런 데는 이유가 있을 거였다. 이모가 가족에게서 탈출한 거라고 짐작했다. 외가 분위기는 사회적으로 나무랄 데 없이 평범했지만.. 평범은 으스스하다. 위화감을 속으로 꿀꺽꿀꺽 삼켜 버리게 된다는 점에서.
이모는 외가에서 가장 약자였다. 장남과 막내딸 사이에 낀 둘째딸. 제일 돈 없음. 이혼함. 가족들은 이모가 어려울 때 나서서 도왔으나 그것은.. 뭐라고 해야 하나. '마 씨발 우리가 남이가! 가족끼리 당연한거 아이가 이거는!' 같은 지지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말이다. 도움을 받을 때마다 마음 속에 부침이 쌓이는 건 숨막히는 일일 거였다.
모르겠다.. 그럴는지 아닐는지. 그걸 알아낼 파츠들은 빈약하고 모자랐다. 파헤칠 겨를 없이 이모는 외가의 볼드모트가 됐다.

아무튼 난 속으론 이모 편이었고 날 언제 만나러 올 건지 그게 제일 중요했다. 우리가 안 만나고 사는 건 말이 안 됐다. 이모는 나를 둘째 딸로 생각한댔으니까.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만남은 내가 둘째까지 낳은 후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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