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과 이야기

H군땅집 1

by merlin시현 2023. 4. 8.


우리 가족이 지금 사는 곳은 H군이고 우리 집은 땅집이다. 원하는 지역 훌륭한 집에 올해 2월부로 입성하게 되었다.

내가 선 곳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쓰고 노래하는 걸 봐왔다. 나도 별 일 없으면 그렇게 한다. 주유구를 늘 열어 놓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타고난 모험가이므로 멀리 있는 행복을 굳이 찾아 나서곤 한다..
이혼 후 흐물흐물해진 채로 H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쭉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본 곳이고 떠나올 때 슬펐던 곳이라서다. H군에 드디어 다시 갈 수 있게 되는 걸까.
그러나 H군에는 친구 비즈가 산다. 나는 비즈 얼굴만 봐도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 좋은 게 좋은 거일까? 별다른 연고 없는 지역서 싱글맘으로 지내며 내가 달리 누구에게 sos를 치게 될까. 만약 그런 상황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면?
그리고 첫째와 둘째는 이미 서너 번의 이사를 겪었다. 애들에게도 더 좋은 결정일까? 대도시에서 면 단위로 가는데더 좁아질 사회가 애들에겐 어떨까? 모 아니면 도겠지. 만약 땅집에 살게 되면 애들이 벌레 수준을 견딜 수 있을까? 개 큰 털거미 나오면 어떡하지. 내 담력이 더 커질 수 있을까?
정말 마지막 이사여야 하는데.
그냥..그냥.. 이사하지 말고 여기서 계속 사는 게 나을까? 애들도 아빠를 자주 볼 수 있을 거고 나도 여차하면 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일도 계속 할 수 있고.
그래. 결혼 후 했던 이사들 중 희망 없는 이사는 없었다. 더 잘 지내려고 그랬던 건데 아무튼 이혼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무 데서나 살되 아무렇게나 살지 않으면 될 것 같았다.
이건 지금도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

허무주의에 빠질 뻔하다가 나와 보니 비즈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살 집을 구하는 친구가 있다고 지역 밴드에 글을 올려 보았는데 댓글이 달렸다는 카톡이였다.

'사진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나다  (0) 2023.05.01
H군땅집 3  (1) 2023.04.23
스카이다이빙 거북 1  (2) 2023.04.01
엄마 내가 요리해줄게  (2) 2023.04.01
첫 출가 2  (2) 202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