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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이야기22

H군땅집 1 우리 가족이 지금 사는 곳은 H군이고 우리 집은 땅집이다. 원하는 지역 훌륭한 집에 올해 2월부로 입성하게 되었다. 내가 선 곳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쓰고 노래하는 걸 봐왔다. 나도 별 일 없으면 그렇게 한다. 주유구를 늘 열어 놓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타고난 모험가이므로 멀리 있는 행복을 굳이 찾아 나서곤 한다.. 이혼 후 흐물흐물해진 채로 H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쭉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본 곳이고 떠나올 때 슬펐던 곳이라서다. H군에 드디어 다시 갈 수 있게 되는 걸까. 그러나 H군에는 친구 비즈가 산다. 나는 비즈 얼굴만 봐도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 좋은 게 좋은 거일까? 별다른 연고 없는 지역서 싱글맘으로 지내며 내가 달리 누구에게 so.. 2023. 4. 8.
스카이다이빙 거북 1 봄볕에 졸던 중 귀에 닿는 공명에 잠이 확 깨서 고개를 들었다.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여태 몇 번 되지 않았지만 이런 울림통을 가진 동물은 거북뿐이다. 늘상 들리는 앵무와 잉꼬의 소음 사이에서 무뎌진 줄로 알았던 귀청이 아직 쓸만한 듯했다. '..어..지.' 잠결이라 몇 음절을 놓쳐 뭉뚱그려진 소리를 곱씹으며 거북사 쪽을 내려다봤다. 한 번만 더 제대로 들으면 뭐라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으레 그 귀퉁이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거북이 보인다. 거북사라고 해 봤자 작은 인간들의 허리춤까지나 올 법한 울타리를 흙바닥에 정사각형으로 둘러 놓은 것이 끝인 공간으로, 거북을 존중했다면 더 성의를 보였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어느 동물이건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 2023. 4. 1.
엄마 내가 요리해줄게 먼저 우유를 넣어. 컵에. 그다음에 요거트를 넣어. 그다음에 딸기우유를 넣어. 많이 넣어. 그 다음에 열심히 저어. 59분 저어. 끝. (이 요리의 이름은 뭐야??) 딸기 씸 요거 2023. 4. 1.
첫 출가 2 그렇게 각을 잡고도 나름 지내졌다. 시간이 그냥저냥 흐르는 내내 여기 참 좋다.. 고 생각하지 않은 날은 없었지만 늘 피곤하고 어깨가 아팠다. 아침 징이 울리기 10분 전에 미리 일어나 씻었고, 빠른 걸음으로 총총 복도를 걸어다니며 수업을 듣고 산책하고 노래도 하고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모든 일정에 꼬박꼬박 참여했다. 귀국 전날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 편지를 쓰고 작은 과자를 함께 드렸다. 학생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알아서 그랬다. 앤소니 신부님은 그 편지를 받고 너무 감격하신 나머지 나를 들쳐안고 빙글빙글 도셨다. 다른 애들은 편지는커녕 할아버지인 앤소니 신부님에게 관심이 하나도 없었어서 내가 대비되었던 모양이다. 허허허 웃음소리와 함께 빙글빙글 돌려지면서 난 너무 쪽팔렸다. 모두의 앞에서 돌려졌기.. 2023.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