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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군땅집 2 매매로 내놓은 지 꽤 됐는데 팔리지 않아 잠시 월세나 전세를 주려 고민 중이라는.. 땅집이란다. 땅집 살이. 그것은 단순 취향이었으나 양말 색깔을 고르는 것과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아무래도 집은 크기도 크고 가격도 높아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사를 앞두었을 때마다 꼬박꼬박 땅집도 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불가항력에 근거를 붙이기는 어려웠으므로 짤 당했다. 몰라서 그래, 너는 못 해, 후회해, 하는 말들이 겹겹이 정수리에 놓였다. 번번이 나는 땅집을 접었다. .. 하지 않는다고 해서 별일 생기지 않는 무엇들을 하지 않으면서 살면 인생 진짜 개노잼 된다는 걸 깨달은 건 좀 더 시간이 지나고서였다. 다행히 개노잼 신세를 면하게 되었다. 비즈가 연결해 준 집을 보러 간 날이었다. 수리할 .. 2023. 4. 15.
H군땅집 1 우리 가족이 지금 사는 곳은 H군이고 우리 집은 땅집이다. 원하는 지역 훌륭한 집에 올해 2월부로 입성하게 되었다. 내가 선 곳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쓰고 노래하는 걸 봐왔다. 나도 별 일 없으면 그렇게 한다. 주유구를 늘 열어 놓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타고난 모험가이므로 멀리 있는 행복을 굳이 찾아 나서곤 한다.. 이혼 후 흐물흐물해진 채로 H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쭉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본 곳이고 떠나올 때 슬펐던 곳이라서다. H군에 드디어 다시 갈 수 있게 되는 걸까. 그러나 H군에는 친구 비즈가 산다. 나는 비즈 얼굴만 봐도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 좋은 게 좋은 거일까? 별다른 연고 없는 지역서 싱글맘으로 지내며 내가 달리 누구에게 so.. 2023. 4. 8.
스카이다이빙 거북 1 봄볕에 졸던 중 귀에 닿는 공명에 잠이 확 깨서 고개를 들었다.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여태 몇 번 되지 않았지만 이런 울림통을 가진 동물은 거북뿐이다. 늘상 들리는 앵무와 잉꼬의 소음 사이에서 무뎌진 줄로 알았던 귀청이 아직 쓸만한 듯했다. '..어..지.' 잠결이라 몇 음절을 놓쳐 뭉뚱그려진 소리를 곱씹으며 거북사 쪽을 내려다봤다. 한 번만 더 제대로 들으면 뭐라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으레 그 귀퉁이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거북이 보인다. 거북사라고 해 봤자 작은 인간들의 허리춤까지나 올 법한 울타리를 흙바닥에 정사각형으로 둘러 놓은 것이 끝인 공간으로, 거북을 존중했다면 더 성의를 보였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어느 동물이건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 2023. 4. 1.
엄마 내가 요리해줄게 먼저 우유를 넣어. 컵에. 그다음에 요거트를 넣어. 그다음에 딸기우유를 넣어. 많이 넣어. 그 다음에 열심히 저어. 59분 저어. 끝. (이 요리의 이름은 뭐야??) 딸기 씸 요거 2023.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