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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이야기

이모를 찾아서 6

by merlin시현 2023. 7. 2.







만나지 않는 동안 연락은 나눴다. 내 카톡은 차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안심이었다. 이모는 페북으로 내 사진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모유수유 중에 맥주는 안돼~ 나는 분유로 바꿨다고 답댓글을 달았다.
어느 날 엄마 차를 같이 타고 가다가 문득 이모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살어, 하고 엄마가 힘없이 말하길래 좀 미안해져서 고백을 했다. 실은 이모랑 가끔 카톡을 해. 그것은 이모가 혹시 죽었는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로 접근하려던 시도였으나..
쓸데없는 내 진실 고백에 기분이 울렁인 엄마는 그날 밤 대답 없는 이모 카톡에 대고 언니가 시현이랑은 연락한다는 것 들었다. 로 시작하는 원망을 쏟아냈다고 한다. 난 제발이 저려 한동안 이모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난 이모 편인데..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애들 아빠가 그냥 이모님 만나러 가 보자고 용기를 주었다. 이모가 나를 만나러 오는 것까지는 좀 그런가본데 그러면 진작에 내가 이모한테로 가면 됐겠구나! 싶도록 쉽게 만남 약속을 잡았다. 떨떠름하고 설레고 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넷이서 다 함께 인천으로 갔다. 이모 만나러.

어둑어둑해진 시간, 지하철 출구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는 이모를 차창 너머로 발견했다. 이모는 거의 백발이었고 해그리드 머리를 하고 있었다. 눈은 여전히 땡그랬다. 이게 몇 년 만인지..
난 약간 울 듯 했지만 이모는 마치 지난 주에도 만났던 것처럼 쾌활하게 우리를 맞았다. 이거는 이모가 너 주려고 빚어 왔다고 만두가 든 큰 락앤락 통을 건네주고 애들에게 자신을 이모할머니로 소개했다. 그리고 같이 적당한 곳에서 밥을 먹고.. 커피는 우리가 샀다.
이모는 얼마나 보고 싶었고 그간 어떻게 지냈고 그런 얘기 없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만 얘기를 나눴다.. 아주 큰 목소리로 말이다. 난 이모 쪽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 주길 바랐는데! 난 자존심이 상했고..
멍했다.
커피까지 마시고 나자 이모는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 같았다. 평이한 만남이 깔끔하게 종료되었다.

이모가 지금 지내는 삶에 내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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