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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이야기

이모를 찾아서 7

by merlin시현 2023. 7. 4.


그렇게 생각하게 되고야 말았다.
이모가 빚어 준 만두는 정말이지 우주 최고로 맛이 있었다.
깻잎 향이 났고.. 통통하고 윤기가 흐르는 손만두였다. 식당을 오래 했던 외할머니의 요리 솜씨는 이모가 몰빵으로 물려받았단 걸 알게 됐다.
맛있어서 하하 웃으며 만두를 다 먹고 나서 그 락앤락 통을 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가끔 이모 카톡 프로필이 변경되었다는 빨간 동그라미를 발견하면 즉시 눌러 보곤 한다.
이모 딸 유선 언니는 해외로 이민을 간 지 오래인데, 지지난해 아기를 낳았다. 임신 소식도 몰랐고 신생아 사진으로 프사가 바뀌어서 알게 된 거다. 이모는 손자에게 푹 빠진 듯 보였다. 내 아기들은 이모에게 애틋함을 주거나 닳도록 들여다보는 사진 속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이모의 진짜 손자는 그러한 듯 보였다.
나는 이모 아닌 이모 마음으로 조카의 사진을 본다. 애틋하지도 않고 자꾸 들여다보게 되지도 않는다. 걍 보는 거다. 유선 언니를 많이 닮았군.. 유선 언니는 이모를 닮았고.
이제 저쪽 가족, 이라는 느낌이 들어 버리네.




내가 이혼했다고 하면 이모는 무슨 말을 할까?

엄마는 내가 이모 팔자를 닮아가고 있다며 얼굴에 있는 점을 빼길 권했다. 이모랑 똑같은 곳에 점이 있다고.
그런 말을 잘도 하는 엄마를 쳐다보며 난 속으로 생각한다. 이 집안에서 제일 낫고 제일 멋진 사람을 닮아가니 난 행운아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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