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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이야기

행운 1편

by merlin시현 2022. 2. 7.


안개가 촘촘한 아침시간, 애들과 함께 킥보드를 타고 공원을 누비는데 저 멀리 잔디밭에 주저앉은 사람이 보였다. 왜 저길 앉아 있나 해서 애들을 이끌고 그 쪽으로 갔다. 미동도 않고 두 다리 사이에 고개를 파묻은 그녀 모습에 내 마음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무슨 일이길래 저런 곳에서 울까. 이윽고 그녀가 있는 잔디밭 쪽에 다다랐다. 애들보고는 벤치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 도와드릴까요?
네?
하고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엔 눈물이 없었다. 그냥 물음표만 가득했다.
아, 저기, 우시는 줄 알았어요.
아, 아니예요. 네잎클로버 찾느라고.
서로 어색하게 아아하하 웃었다. 나는 다시 애들에게로 돌아왔고 그녀도 시선을 땅에 두었다.
공원을 벗어나 다시 씽씽. 애들과 함께 킥보드를 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반나절간 동네를 돌았다. 헌데 그녀가 자꾸 여기저기서 보인다. 잔디가 깔린 곳은 모두 꼼꼼히 살펴가며 네잎클로버를 찾는 모양이었다. 또 궁금해졌다.
무슨 일이길래 행운을 필요로 할까? 간절히, 꼼꼼히.
그것까지 물어보면 스토커 같을까 봐 그냥 애들하고 씽씽 떠나왔다.

나도 행운을 간절히 바라는 때가 종종 있다. 일단 운전이다. 운에 맡기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되는 종목이니까 조용히 고백하겠다. 상상하기 싫은 어떤 찰나에 행운이 번개같이 차에 내려꽃아지기를 기도하며 운전을 한다. 너무 장거리 운전 중이거나, 긴 터널을 지나거나, 덤프트럭들이 내 양 사이드를 달리면 주문을 왼다. 난..난.. 두 아이의 엄마야. 정신 똑바로 차려. 헛둘 헛둘 헛둘. 그러면 행운이 좀 와준다. 최선을 다하고서 남은 영역에 운을 기대하면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참으로 자알 살아남아서 지금 이부자리에 누워 꼼지락 꼼지락 글을 쓸 수 있게 된 데엔 그런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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