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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이야기

이모를 찾아서 1

by merlin시현 2023. 6. 1.


오늘은 갑자기 모두 걱정되고 모두 무서웠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으로 보아 진하게 내려 마신 아.아가 주 원인인 듯했다. 불안함이 가실 때까지 거의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열 시간쯤 지나자 밤이 되고 아이들은 잠들고 몸에서 땀이 나며 진정이 됐다. 이럴 때 보고 만지며 기운을 얻을 토템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 핸드폰을 집어 들고 전복적인 기세를 가진 여성이나 자비롭지 않은 신이 그려진 포스터나 물건들을 검색해 봤다.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그러다 이모가 보고 싶어졌다.

이모는 지금 어디서 뭘 할까?

예전에 내가 어릴 때 이모가 말했다. 이모는 산에서 멧돼지를 만나서 싸워 이겼어. 당연히 그 말을 믿었다. 이모는 부리부리하게 큰 눈을 가졌고, 나랑 팔씨름을 하면 압도적인 파워를 과시하며 이겼고, 유일하게 나를 못생긴 못난이라고 불러서 쫄게 만든 어른이었다. 그저 멧돼지를 멀리서 보고 도망간 일이 있었다는 진실을 알게 된 후 내 남동생에게 공유했지만 그는 쉽게 믿지 못했다. 이모는 왠지 멧돼지 잡았을 것 같다고.
엄마는 나를 낳고 산후조리 후 복직을 했다. 평일엔 이모가 나를 돌보고 주말엔 엄마가 이모 집에 와서 나를 보고 갔다. 밤마다 너무 울어 제껴서 이모는 나를 안고 아파트 단지 안을 매일 뱅뱅 돌았다고 한다. 왜 우니.. 아효 대체 왜 우니~ 시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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